“시장의 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동한다”는 문장은 순환매 논의의 상투구다. 반도체에서 빠진 돈이 은행·바이오·전력기기·방산으로 옮겨간다는 관찰 자체는 맞다. 하지만 이 문장을 그대로 믿고 다음 업종에 올라타면 손실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순환매라는 단어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국면을 한 이름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자금 유입 국면의 순환매는 확장이고, 유출 국면의 순환매는 재분배다. 전자는 새 돈이 들어오면서 주도주가 교대하므로 다음 주자에 붙는 것이 곧 수익이다. 후자는 총량이 줄어드는 중에 남은 돈이 자리를 옮기는 것이므로, 다음 주자의 상승은 이전 주자의 하락을 재원으로 삼는다. 파이는 커지지 않았다. 조각의 소유자만 바뀌었다.

근거

원문은 두 국면을 구분하는 판별식을 실무 조건으로 제시한다. 6번 원칙은 업종 이동을 인정하면서도 종목명만 보지 말라고 못 박고, 세 가지를 요구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같이 들어오는지, 거래량이 상승할 때 붙는지, 눌림에서 가격을 지키는지 확인해라.

이 세 조건은 사실상 “이 이동이 유입인가 재분배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외국인·기관이 동반 유입이면 새 돈이고, 기관만 옮겨 다니면 국내 자금의 내부 이동일 뿐이다. 코스피는 7주 연속 하락 중이고 외국인은 순매도 중이라는 대전제가 앞에 깔려 있으니, 기본값은 재분배 쪽이다.

같은 논리가 4번(2차전지 하루 7% 급등)과 5번(조선·방산) 원칙을 관통한다. 산업이 좋다는 사실과 지금 그 자리에 새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별개다. 후자가 없으면 뉴스를 보고 붙은 사람이 마지막 승객이 된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