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트레이더가 제시한 8개 원칙을 하나씩 읽으면 잡다한 체크리스트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덟 개를 겹쳐 놓으면 전부 같은 문장의 변주다. 판단 변수를 가격에서 주체로 옮겨라. 반등폭이 아니라 누가 사고 있는지, 하락폭이 아니라 외국인이 멈췄는지, 급등률이 아니라 거래량이 붙었는지를 본다.

이게 왜 중요한가. 가격은 시스템의 상태가 아니라 출력이다. 이미 일어난 매매의 결과값을 보고 다음 매매를 결정하는 건, 온도계 눈금을 보고 보일러의 고장 여부를 판정하려는 것과 같다. 눈금은 보일러가 꺼진 뒤에도 한동안 따뜻하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빠졌으니 싸겠지”에서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싸다는 건 가격 진술이고, 떨어지는 칼이라는 건 수급 진술이다. 두 진술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근거

원문의 3번 원칙이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같은 날, 같은 지수에서 개인은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8,590억 원을 팔았다. 가격만 보면 “지지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체를 보면 정반대의 문장이 나온다.

개인이 받쳐준다고 바닥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외국인이 계속 던지는 자리에서 개인만 받아내면 그 물량은 결국 다시 개인 계좌에 남는다.

주가보다 먼저 봐라. 누가 사고 있는지, 누가 도망가고 있는지.

실적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은 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기대와 수급”이라고 잘라 말한다. 펀더멘털조차 상태 변수가 아니라 느리게 반영되는 또 하나의 출력이라는 뜻이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