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발언은 보통 무조건 호재로 읽힌다. 실제로 이번 알파벳 어닝콜에서 순다르 피차이의 공급 부족 언급은 메모리·전력 밸류체인에 명백한 호재였다. 그런데 같은 문장이 알파벳 자신에게는 악재였고, 애프터마켓 주가 하락의 직접 원인이 됐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자체 용량 증설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 회사는 제3자 용량을 빌려 메운다. 빌린 용량 위에서 돌리는 매출은 원가 구조가 다르다. 자기 데이터센터의 감가상각 대신 남의 마진이 얹힌 임대료를 낸다. 결과적으로 그 부분의 사업은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리셀러 사업이 된다.

근거

현재 저희가 처해 있는 공급 제약 환경을 감안할 때, 저희는 내부 용량 확충을 계속하는 동안 이를 연결하는 전략으로 3분기에 제3자 용량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며, 해당 용량은 비용 구조상 클라우드 운영 마진에 다소 부담을 줄 것입니다.

여기서 일반화할 수 있는 원리는 병목은 가격결정력을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병목이 있는 층에 있으면 마진을 가져오고, 병목 아래에서 그 층을 사와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 마진을 내준다. 알파벳은 AI 수요에 대해서는 병목 상단이지만, 서버·전력·메모리에 대해서는 병목 하단이다.

그래서 “수요가 미쳤다”는 발언을 들었을 때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수혜인가”가 아니라 **“이 문장에서 병목은 누구 손에 있는가”**다. 같은 문장이 밸류체인의 위치에 따라 부호를 바꾼다. 35.6%라는 마진 서프라이즈보다 마진 가이던스의 방향이 주가를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