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규칙을 못 지키는 이유는 대개 의지 부족으로 설명된다. 나는 그게 오진이라고 본다. 문제는 손절선을 정하는 시점이다. 매수 이전의 나와 매수 이후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포지션을 잡는 순간 그 종목은 판단 대상에서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바뀌고, 이후 정하는 모든 기준선은 손실 회피가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방어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매수 후에 찾은 손절선은 반드시 아래로 밀린다.

원문의 8번 원칙은 이 순서를 뒤집는다. 손절선을 정하라가 아니라, 어디서 틀렸는지를 먼저 정하라고 요구한다.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다. 앞의 것은 손실 한도를 묻고, 뒤의 것은 가설의 반증 조건을 묻는다. 반증 조건은 이해관계가 생기기 전에만 정직하게 쓸 수 있다.

근거

매수하고 나서 손절선을 찾지 마라.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어디서 틀렸는지부터 정해라.

원문은 이 원칙을 지수 레벨로 구체화한다. 코스피 6,150 지지·6,400~6,420 저항을 미리 적어두고, 6,150을 거래량과 함께 깨면 고위험 종목부터 줄이고, 6,420을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회복하면 강세 업종을 다시 따라간다. 상승 시나리오와 하락 시나리오의 행동이 둘 다 사전에 규정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락 대응만 정해두면 회복 국면에서 재진입 시점을 또 감정으로 결정하게 된다.

같은 구조가 진입 빈도로도 이어진다.

시장은 매일 기회를 주지만 내 돈은 매일 걸 필요가 없다. 사냥꾼은 하루 종일 총을 쏘지 않는다.

사전 약속이 강할수록 발사 횟수는 줄어든다. 규칙의 목적은 승률 개선이 아니라 판단이 오염된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