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 1~2종목으로 오르면 조금 팔고 꺾이면 다시 줍는 파동 매매의 목표가 “시세차익이 아니라 평단가를 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라고 한다. 듣기엔 근사하지만, 회계적으로 이건 수익 극대화 전략이 아니다. 이미 실현한 이익을 남은 보유분의 원가에서 빼는 분류 이동일 뿐, 총자산은 1원도 달라지지 않는다.

근거

목적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평단가를 0원 이하’로 낮추는 것.

평단가 0원 계좌와, 동일한 매매를 하고 평단가를 그대로 둔 계좌는 총평가금액이 같다. 다른 건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원가가 0이 되는 순간 남은 물량은 “공짜로 얻은 것”이 되고, 손실 회피 심리가 꺼진다. 이건 카너먼·트버스키가 말한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의 교과서적 사례다. 같은 돈에 다른 계정 이름표를 붙여 다르게 취급하는 것.

문제는 이 장치가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좋은 쪽으로는, 손실 공포가 사라지니 장기 보유를 견딜 수 있다 — 대부분의 개인이 실패하는 지점을 우회한다. 나쁜 쪽으로는, 원가가 0이라는 이유로 처분해야 할 때 처분하지 않는다. 펀더멘털이 무너져도 “어차피 공짜 물량”이라 방치한다. 여기에 매도마다 붙는 거래세와 슬리피지, 그리고 상승 추세에서 조기 매도로 잃은 수익까지 더하면, 0원 평단가는 실제로는 비용을 치르고 산 심리적 안정감이다.

그래서 나는 이걸 부정하지 않고 가격표를 붙여서 쓰는 쪽을 택한다. 심리적 회계는 개인투자자가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짜 도구다. 다만 “이건 수익 전략이다”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순간, 성과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