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배 종목 사례를 나열해 보면 기업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시작 연도다. 1998년(DL·현대미포, 현대모비스), 2008년(에스엠·SPC삼립), 2020년(에코프로). 모두 시장 전체가 무너진 직후다. 좋은 기업을 찾아낸 사람이 100배를 번 게 아니라, 모두가 주식을 팔던 시점에 사서 10년을 버틴 사람이 100배를 벌었다.

이건 수학적으로도 당연하다. 100배 중 상당 부분은 이익 성장이 아니라 멀티플 정상화에서 나온다. PER 3배에서 산 기업이 이익을 10배 늘리고 PER이 30배가 되면 그것만으로 100배다. 위기 저점은 분모를 극단적으로 낮춰주는, 시장이 몇 년에 한 번만 제공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실전에서 어려운 건 종목 선정이 아니라 그 시점에 현금이 남아 있고, 심리가 버텨주는 상태를 만드는 일이다. 위기의 저점에서 살 수 있으려면 위기 이전에 이미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100배 종목 리스트는 종목 발굴 능력의 기록이 아니라 준비 상태의 기록이다.

근거

DL·현대미포 (1998~2007, 100배): IMF 외환위기로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중국발 중공업·조선 슈퍼사이클 수혜를 직격으로 받음.

8개 사례의 시작 시점이 IMF·서브프라임·팬데믹 세 개의 위기 직후로 수렴한다. 무작위 분포라면 나오기 어려운 집중이다.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