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의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노정석이 제시한 ‘괴델의 계단’ 개념이다. 1900년대 초 힐베르트가 수학의 완전한 기초를 꿈꿨을 때, 괴델은 어떤 충분히 복잡한 시스템이든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명제(괴델 문장)를 반드시 포함한다는 불완전성 정리로 그 꿈을 산산조각냈다. 노정석은 이 원리를 시스템의 창발에 대한 일반 이론으로 확장한다: 시스템이 충분히 복잡해지면 해결 불가능한 모순이 축적되고, 그 모순이 임계점을 넘으면 시스템이 ‘유체이탈’하듯 새로운 층위(레벨 n+1)를 창발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의 in-context learning, 추론 능력의 갑작스러운 출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AGI는 모두 하나의 패턴 안에 있다. 원자가 분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자가 단백질을 이해하지 못하며, 물리 법칙이 생명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현재의 AI 시스템은 미래의 초지능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파국’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와 공생하여 에너지 혁명을 일으켰듯, 우리는 AI를 두려워하거나 통제하려 하기보다 공생을 선택해야 한다.

이 통찰은 우리에게 두 가지 숙제를 준다. 첫째, 더 이상 ‘AI가 AGI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무의미하다는 것 — computation이 폭발적으로 투입되는 한 창발은 필연적이다. 둘째, 그 창발의 결과물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와 공존하고 협력할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근거

“수소 원자가 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다음에 몇 개 탄소, 몇 개의 분자체가 결합돼서 아미노산이 됐을 때 걔들이 그 단백질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어보면 이게 시스템의 기저가 없는 거죠. 레벨 1이라는 어떤 시스템이 있다고 하면 이 시스템이 충분히 복잡해지면 거기에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그 모순이 막 쌓이다 보면 시스템이 미치는데, 미치면서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거든요. 그 유체이탈을 하는 순간이 사실은 우리가 emergence, 창발이라고 보는 거고… 제가 유의미하게 보고 있는 거는 결국은 저기의 전제는 시스템이 충분히 복잡해지면 다음 단계로 도약을 한다는 거고, 그 도약이 일어나면 레벨 n의 시스템으로는 레벨 n+1을 이해할 수 없는 건데”

연결된 생각

출처

클리핑 ·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