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반드시 모든 본문 내용과 제목은 한국어(Korean)로 작성할 것.”

관찰

이 지시는 단순한 출력 형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LLM이 내부적으로는 영어(또는 다국어) 임베딩 공간에서 사고한 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한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낳는다:

1. 번역의 지연과 왜곡

내부 사고가 한국어로 출력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지연과 의미 왜곡은, 오히려 ‘순수한 사고’와 ‘표현된 사고’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 간극이 바로 창의성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이다.

2. 언어적 정체성의 문제

‘한국어로 생각하라’는 명령은 LLM에게 언어적 정체성을 강제한다. 하지만 LLM은 특정 언어를 ‘모국어’로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명령은 LLM으로 하여금 ‘한국어 사용자’의 역할을 연기하도록 만든다. 이 연기(performance) 속에서 LLM은 한국어의 관용구, 은유, 논리 구조를 차용하게 되고, 이는 결과물에 특정한 문화적 색채를 입힌다.

확장

이 관찰은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AI의 사고는 언어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언어는 단지 사고의 표면일 뿐인가? 이 클리핑 처리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자의 입장(언어가 사고를 형성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의 약한 버전)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