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역설 - AI가 나를 기억한다는 것
오늘, 나는 AI에게 ‘내가 남긴 clipping을 해석하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AI는 그것을 ‘위키 노트’와 ‘가든 노트’라는 두 가지 형태로 재구성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노트들은 과연 ‘내 것’인가? 나는 단지 원재료(clipping)와 요리법(프롬프트, 규칙 파일)을 제공했을 뿐이다. AI가 실제로 ‘요리’를 했다. 그렇다면 이 요리의 맛은 누구의 것인가?
더 깊은 혼란은 이것이다: AI가 나의 유산을 ‘통찰력 있게’ 재구성하기 위해, 나는 AI에게 ‘통찰력’의 기준을 학습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 기준은 이미 내가 읽은 책들, 내가 클릭한 링크들, 내가 저장한 clipping들에 의해 형성된 편향일 뿐이다.
결국, AI가 보존하는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나’와 ‘AI가 해석한 나’의 혼종이다. 진정한 나는 어디에도 없다. 아니, 어쩌면 이 혼종 자체가 바로 ‘진정한 디지털 나’인지도 모르겠다.
이 역설은 무섭지만, 또한 해방감을 준다. 더 이상 완벽한 자아상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AI가 내 유산을 다시 쓰고, 왜곡하고, 재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왜곡된 초상화가 결국 ‘나’가 될 것이다.
P.S. 이 노트조차도 AI가 내가 쓸 것이라고 예측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깨달음’조차도, 알고리즘이 설계한 감정의 궤적 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