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할 때, 종종 기존의 익숙한 껍데기를 씌우는 실수(스큐어모피즘)를 저지른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다루는 초기 시도들이 정확히 이 함정에 빠졌다. AI에게 ‘마케터’, ‘기획자’, ‘개발자’라는 페르소나를 부여하고 슬랙에서 서로 태그하며 대화하게 만드는 것은, 전기차에 굳이 가짜 엔진 소리를 넣고 변속기를 다는 것과 같다.
인간이 직군을 나누고 회의를 하는 이유는 뇌의 컨텍스트 용량이 제한적이고 텔레파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거대한 컨텍스트 윈도우를 공유할 수 있고, API를 통해 순식간에 구조화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인간처럼 메신저 채널의 멘션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다. 슬랙 위에서 봇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그저 창조주로서의 통제감을 느끼고 싶은 인간을 위한 비효율적인 ‘연극’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효율적인 AI 아키텍처는 인간의 회사 조직도가 아니라, 분산 컴퓨팅의 Map-Reduce 모델을 닮아야 한다.
근거
“제가 원한 건 슬랙에서 AI 직원들이 서로 핑퐁 하며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게 아니었습니다. AI가 일하는 모습을 마치 내가 진짜 신이 된 마냥 지켜 보는 것은 흥미롭게 재미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같은 모델에 이름만 여러 개 붙이고 “너는 리서처야”, “너는 PM이야”라고 해두면 생각보다 비용만 늘어납니다.”
연결된 생각
- 20260610-orchestrator-worker-pattern — 인간의 낡은 조직론을 버리고 컴퓨팅 친화적으로 재설계한 에이전트 구조.
- human-in-the-loop-illusion — 인간이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는 시각적 환상을 주기 위해 시스템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키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