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맥킨지가 OpenAI 자회사에 줄을 선 진짜 이유
9 min read
May 25, 2026
TL;DR
OpenAI가 5월 11일 자본금 4조 원짜리 자회사 OpenAI Deployment Company를 출범시켰다. 충격은 투자자 명단이다.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카프제미니가 OpenAI의 자회사에 직접 돈을 넣었다. 이들은 원래 OpenAI에 가장 위협받아야 할 회사다. 그런데 왜 적의 자회사에 줄을 섰을까. 답은 단순하다. AI 비즈니스의 본질이 모델에서 딜리버리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정한 쪽이 컨설팅 업계였기 때문이다. 모델 회사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누가 더 잘 구현하느냐의 게임이다.4조 원짜리 자회사가 갑자기 나타났다
2026년 5월 11일, OpenAI가 OpenAI Deployment Company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발표했다. 펀딩 규모 4조 원, 기업가치 14조 원. 첫 발표 한 줄만 봐도 평범하지 않다.
자회사가 무엇을 하느냐.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OpenAI 모델을 대기업 업무에 직접 꽂아주는 일.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OpenAI 엔지니어를 상주시킨다. 워크플로우를 통째로 재설계한다. 모델을 API 한 줄 던지듯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박아 넣고 시스템을 다시 짠다.
그리고 출범 동시에 영국 에든버러의 Tomoro를 인수했다. Tomoro의 엔지니어 150명이 그대로 자회사의 첫 번째 부대가 됐다. Tomoro는 이미 버진 애틀랜틱의 AI 컨시어지, 슈퍼셀의 게임 내 지원 에이전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테스코, 레드불, 마텔, NBA의 배포 시스템을 만들어 본 회사다. 산업 도메인이 전부 다른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풀어준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이 자회사에 출자한 곳이 19개사다. 사모펀드 TPG가 리드. 어드벤트, 베인 캐피탈, 브룩필드가 공동 리드.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다음 줄에서 멈춘다. 베인앤컴퍼니, 맥킨지, 카프제미니.
세 곳 다 컨설팅이다. 그것도 글로벌 톱티어 컨설팅. 이 세 회사가 OpenAI의 자회사에 돈을 넣었다.컨설팅 빅3가 적의 회사에 돈을 넣은 이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한 달 전 4월 13일에 나는 “AI가 맥킨지를 복제했다”는 글을 썼다. Rocket 같은 AI 컨설팅 스타트업이 시간당 800달러짜리 컨설턴트 일을 한 시간 5달러에 처리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 맥킨지가 OpenAI의 자회사에 직접 돈을 꽂고 있다.
이건 단순한 헷지가 아니다. 항복에 가깝다. 맥킨지가 자체적으로 AI 컨설팅 솔루션을 만들지 않은 게 아니다. 만들었다.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자신이 직접 OpenAI 모델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 컨설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봐야 한다. 컨설팅은 “기업의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고 해법을 구현 가능한 형태로 옮기는 일”이다. 모델은 그 해법의 일부일 뿐이다. 90%는 워크플로우 재설계, 조직 재편,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거버넌스 설계, 변화 관리다. 모델이 아무리 똑똑해도 이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OpenAI가 이 사실을 정확히 보고 있다. OpenAI Deployment Company가 발표한 핵심 문구가 있다. “프론티어 AI 배포에 특화된 엔지니어를 조직 내부에 임베드해, 비즈니스 리더·운영자·현장 팀과 함께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지점을 찾아내고, 조직 인프라와 핵심 워크플로우를 그 주위로 재설계하며,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든다.”
이 문장에서 “모델”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전부 조직, 워크플로우, 시스템 얘기다. OpenAI가 스스로 정의한 자기 자회사의 일이 컨설팅이라는 뜻이다.

오른쪽 칼럼이 컨설팅 회사의 정의 그 자체다. 그리고 OpenAI는 이 영역을 직접 만들었다.
맥킨지가 본 것이 바로 이거다. OpenAI가 어차피 이 시장에 들어온다면, 그것도 모델 사용 데이터와 직접 접근권을 가진 OpenAI가 들어온다면, 자신이 옆에 못 붙으면 끝이다. 그래서 “경쟁”이 아니라 “합작”을 택했다. 동시에 OpenAI에 자기 노하우를 흘려보내고, OpenAI의 모델 위에서 자기 비즈니스를 다시 짜겠다는 선언이다.진짜 무기는 Palantir 플레이북이다
Forward Deployed Engineer. 줄여서 FDE. 이 용어가 갑자기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직무가 됐다. OpenAI, Anthropic, Google이 모두 2026년에 이 직무를 대규모로 채용 중이다.
FDE는 Palantir가 만든 모델이다. 정확히 말하면 Palantir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초기 Palantir는 국방·정보기관에 소프트웨어를 팔려고 했는데, 너무 복잡해서 누구도 혼자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자사 엔지니어를 클라이언트 조직 안에 직접 박아 넣었다. CIA 사무실로, 군 기지로, 나중엔 민간 기업으로.
Get P Kim’s stories in your inbox
Join Medium for free to get updates from this writer.
Remember me for faster sign in
이게 어떻게 됐나. Palantir의 미국 상업 매출은 작년 대비 133% 성장했고, FDE 모델 자체가 초기 투자자에게 640% 리턴을 안겼다. Palantir 주가는 5년간 우상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클라이언트 조직 깊숙이 들어간 엔지니어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워크플로우가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SaaS는 해지할 수 있다. 사람과 시스템에 박힌 의존성은 해지 못 한다.
OpenAI가 이걸 그대로 복제하기로 했다. 그것도 본사가 아니라 자회사 형태로. 왜 분리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컨설팅 매출 구조는 모델 매출 구조와 완전히 다르다. 컨설팅은 사람당 단가, 프로젝트당 단가다. 마진율은 높지만 스케일이 느리다. 본사 모델 비즈니스는 사용량 기반, 초저마진, 무한 스케일이다. 한 회사 안에서 두 P&L을 섞으면 투자자에게 설명이 안 된다. 분리가 답이다.
둘째, 맥킨지·베인·카프제미니 같은 기존 컨설팅을 끌어들이려면 별도 법인이 필요하다. 이들이 OpenAI 본사에는 직접 돈을 못 넣는다. 경쟁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회사라면 가능하다. “우리 영역의 일부를 OpenAI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자회사의 주주다”라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묘하게 절묘하다.”AI는 사람이다”라는 패러다임 전환
여기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OpenAI 자신이 모델 회사이기를 그만뒀다는 사실이다. 정확히는 모델만 파는 회사이기를 그만뒀다.
나는 이걸 AI 비즈니스 모델의 두 번째 전환이라고 본다. 첫 번째 전환은 2023~2024년 사이에 일어났다. 모델을 만들어 파는 시대가 열렸다. 두 번째 전환이 지금이다. 모델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델은 commodity가 됐고, 가격은 18개월마다 90%씩 떨어졌다. DeepSeek V4가 Claude를 0.2점 차이로 따라잡았다는 4월 25일의 뉴스가 결정적이었다. 누구나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모델 자체로는 비즈니스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디서 돈을 버나. 모델 위에 사람을 얹어야 한다. 사람이 클라이언트 조직에 들어가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 그 작업은 commodity가 되지 않는다. 도메인 지식, 조직 정치, 워크플로우 디테일, 데이터 거버넌스. 이건 모델이 못 한다. 사람만 할 수 있다.
이 인사이트가 컨설팅 업계와 OpenAI를 한자리에 모았다. 컨설팅 업계는 “우리는 원래 이걸 잘했는데, 모델 접근권이 없어서 OpenAI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본 거다. OpenAI는 “우리는 모델은 있는데, 사람·조직·도메인 노하우가 없어서 컨설팅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본 거다. 양쪽 다 맞다.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봐야 할 세 가지
여기서부터는 내 시각이다. 이 사건이 한국 시장에 던지는 함의가 세 가지 있다.
첫째, AI 모델 자체를 만드는 일에 한국이 뒤늦게 뛰어드는 건 무의미하다. 4월 11일 글에서 다뤘던 OpenAI 852조 적자 구조를 보면 명확하다. 모델 학습에는 천문학적 자본이 들고, 그 시장은 이미 끝났다. 한국이 LG의 엑사원,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를 키워봤자 글로벌 모델과 경쟁이 안 된다. 모델 만들기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선순위가 거기일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한국이 진짜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 “딜리버리” 영역이다. 한국은 IT 서비스 산업이 강하다. SI 회사들이 수십 년간 대기업 워크플로우를 만져왔다. 이 자산을 OpenAI Deployment Company식으로 재포지셔닝하면 길이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체 AI 모델 개발이 아니다. OpenAI·Anthropic·Google 모델을 한국 기업에 박아 넣는 FDE 부대를 만드는 일이다. 정확히 같은 모델이다. 이미 한국에 인프라가 있다. 그걸 인정하고 방향만 바꾸면 된다.
셋째, AI 스타트업의 차별화는 “모델 위에 사람을 얼마나 잘 얹느냐”에서 갈린다. 작년까지는 “우리만의 fine-tuned 모델”이 차별화였다. 이제 아니다. 모델은 다 비슷하다. 차별화는 도메인 깊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밀도, 시스템 통합 능력에서 나온다. 솔로프리너 AI 유니콘 얘기를 3월 24일에 썼지만, 솔직히 진짜 큰 비즈니스는 솔로프리너가 아니라 도메인 전문가 5~10명이 묶인 부티크 형태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표가 내가 보는 향후 24개월의 한국 AI 시장 지형이다. 모델 만드는 쪽이 아니라 모델 옆에 붙는 쪽이 살아남는다.모델 회사의 시대가 끝났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디테일이 하나 있다. OpenAI Deployment Company의 발표문 어디에도 “우리는 OpenAI보다 빠른 모델을 쓴다”거나 “우리만의 알고리즘이 있다”는 표현이 없다. 전부 사람 얘기, 조직 얘기, 워크플로우 얘기다.
이게 패러다임 전환이다. 5년 전만 해도 AI 회사의 핵심 가치 제안은 “우리 모델이 더 똑똑하다”였다. 지금 OpenAI 자회사의 핵심 가치 제안은 “우리 사람이 당신 조직에 들어가서 더 잘 풀어준다”이다. 5년 전 IBM Watson이 했던 그 말과 정확히 같다. 다만 이번엔 모델이 진짜로 똑똑하니까 결과가 다를 뿐이다.
맥킨지가 자기 자회사에 5천억을 베팅하는 게 아니라, OpenAI의 자회사에 베팅한 이유가 여기 있다. 자기 모델이 없으면 결국 OpenAI 쪽으로 가치가 흘러간다. 그러면 OpenAI 옆에 붙어서 share를 챙겨야 한다. 우아하지 않지만 합리적이다.
한국에서 이 메시지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회사가 향후 5년 AI 시장의 주인공이 된다. 모델 만드는 쪽이 아니라 모델 옆에 사람을 얹는 쪽이다. 적어도 다음 24개월간은 분명히 그렇다. 컨설팅 빅3가 자기 자존심을 버리고 OpenAI 자회사에 돈을 넣었다. 그 한 줄이 모든 걸 말한다.
원문: https://medium.com/@pkim_79150/맥킨지가-openai-자회사에-줄을-선-진짜-이유-6ca63d271d0f
